비가 오는 태국에서 어느 날
저는 사실 개발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호주에서 2년 동안의 생활을 하며 제가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게 요리해주는 게 좋고 맛있다고 하면 너무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격주로 친구들을 불러서 저녁을 만들어주곤 했습니다. 다들 타지 생활하며 어렵게 살아가는데 따뜻한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질문하다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요리를 좋아하고 의외로 책 읽는 것까지 좋아한다는 걸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에서는 주식 투자하면 망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정말 의외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술을 마시고 내리막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앞으로 3번 구른 후 대자로 뻗어서 다음날 일을 할 수 없다는 것까지도 말이죠.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미지의 세계에서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정말 강추!
호주 생활을 잠시 마친 후 한국에서 재정비 후 호주 돌아가 요리학교에 다니며 쉐프로의 인생을 살아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항상 그러하듯 계획한 대로 사는 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한 달 두 달 지나가며 모아놓은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장거리 연예를 하며 사귀던 여자친구와는 결혼하게 됩니다.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서 호주에 함께 가려고 했습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나을 테니까요.
집안의 반대로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고 일단 혼인신고만 하고 신혼여행을 먼저 떠나게 되었습니다. 신혼여행지는 여자친구가 가 보고 싶어 하던 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태국 여행은 12월쯤이 좋다고 하네요. 계절이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한국의 겨울이 태국의 건기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9월 가는 실수를 합니다. 그래서 많이 돌아다니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만 종일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길거리에서 먹었던 팟타이와 똠냥꿍은 죽어서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진리임)
천둥번개를 동반한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하던 중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있던 생활코딩 글을 발견합니다.
“누구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활코딩
생활코딩 홈페이지에는 여러 강의가 있었는데 그중 네이버에 링크된 강의들은 일반인도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놓은 강의였습니다. 컴퓨터로 게임만 할 줄 알았지 프로그래밍 같은 것들은 너무 어려웠었습니다. 하지만 이고잉님 강의들은 정말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하루 만에 홈페이지 만드는 강의를 모두 보았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표현이 딱이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면서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의 정말 기초부터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이고잉님의 강의를 추천 드립니다.
심지어 무료!
예전에 나모웹에디터나 드림위즈를 사용해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려고 밤늦게까지 컴퓨터와 씨름을 했었는데 <html>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모웹에디터나 드림위즈가 <html>을 제 대신 생성해주는 프로그램이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누가 옆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전 똑똑한 것과는 거리가 정말 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html>은 웹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로 여러분이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홈페이지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코드랍니다.
신혼여행에 노트북을 도대체 왜 들고 갔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그 덕에 웹 강의를 다 보고 파이썬과 루비 강의를 보면서 컴퓨터에서 직접 실행시켜보고 열심히 따라 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더하기 빼기 말고 정말 쓸만한 걸 만들어보고 싶은데 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검색을 더 하게 되고 이것저것 따라 해보다 보니 이걸 직업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조금씩 들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개발자가 귀하거나 존중받는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개발자가 과로사했다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했다는 내용이 종종 보도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는 어차피 호주로 돌아갈 것이고 돌아갈 때 개발자로 비자를 받으며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연봉도 괜찮게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당시 제가 검색한 결과로 자바 주니어 개발자 연봉이 $45,000 정도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도 있었지만, 프로그래머로서의 삶도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호주로 돌아가기 전까지 경력도 쌓고 컴퓨터과학 학사도 받아야 한다는 제약조건도 있었지만 60살까지 일한다고 계산해도 4~5년은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쉐프는 불 앞에서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힘들어서 대부분 오래 일하지 못하고 40세에서 50세 중간에 은퇴합니다. 개발자보다 10년은 더 먼저 은퇴하게 되죠.
그래서 최종적으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을 새웁니다.
(그래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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